처음엔 단순한 멍 자국 같았어요. 하루 이틀 지나면 낫겠지 싶었죠. 그런데 이상하게 부위가 점점 붓고, 멍처럼 보였던 곳이 검붉게 변하면서 고열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통증은 말할 수 없이 심해졌고, 결국 응급실에 실려갔습니다.
그곳에서 들은 병명은 다섯 글자. ‘가스괴저’.
이름도 무섭지만, 병 자체가 훨씬 더 치명적입니다. 괴사성 근막염의 일종으로, 발병하면 몇 시간 안에 전신으로 퍼질 수 있어 생명까지 위협하는 급성 감염 질환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름조차 낯설지만, 사실 몸속에 이미 위험의 씨앗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습니다.
가스괴저란? 상처 하나로 시작되는 치명적인 감염
가스괴저(Gas gangrene)는 클로스트리디움(Clostridium)이라는 혐기성 세균에 감염되어 생기는 급성 근육 감염 질환이에요. 상처 부위에 세균이 침투하면서 독소를 분비하고, 근육과 조직을 빠르게 괴사시키는 특징이 있습니다.
‘가스’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이 세균이 조직을 파괴하면서 가스를 생성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엑스레이나 CT를 찍으면 괴사된 근육 사이사이 기포가 보이기도 해요.
특히 무서운 건 진행 속도입니다. 아침에 아무렇지 않았던 상처가, 저녁엔 전신 패혈증으로 번질 수 있을 만큼 빠르게 악화됩니다.
가스괴저의 초기 증상,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저는 작은 찰과상이 원인이었어요. 산책 중에 넘어지면서 무릎 쪽에 약간의 긁힌 상처가 생겼는데, 당시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죠. 소독만 하고 방치했는데,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처음에는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었어요.
- 상처 부위가 붓고, 발열이 동반됨
- 피부가 회색빛 혹은 검붉게 변함
- 통증이 일반적인 상처 통증보다 훨씬 심함
- 상처 주변에서 기포 소리가 들리는 듯한 느낌
- 두통, 오한, 고열 같은 전신 증상 동반
가스괴저는 상처가 눈에 띄지 않아도 발생할 수 있고, 특히 당뇨병 환자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더 잘 발생한다고 해요. 저도 평소에 면역력이 약한 편이라, 당시 큰 감기 이후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것도 원인이었을지 모르겠어요.
왜 이렇게 치명적인 병이 되는 걸까?
가스괴저는 세균 자체보다, 세균이 만들어내는 ‘독소’가 문제입니다.
클로스트리디움균이 조직에 들어오면, **‘알파 톡신’**이라는 강력한 독소를 분비해 주변 조직을 녹여버리듯 파괴합니다. 이 과정에서 혈관도 손상되고, 혈류가 막혀 괴사된 부위로 약물도 도달하지 못하게 되죠.
이 독소는 혈류를 타고 빠르게 전신에 퍼지기 때문에, **‘패혈증’**과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치료가 늦으면 수 시간 내 사망에 이를 수 있어요.
가스괴저 치료, 시간과의 싸움
병원에서는 즉시 혈액검사와 영상검사를 진행했고, 의심 부위에서 조직을 떼어내 확인한 결과 가스괴저가 확진되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말이 지금도 기억나요.
“더 늦었으면 절단했을 수도 있었습니다.”
치료는 빠르고 강하게 진행됐습니다.
- 고용량 항생제 투여 (정맥 주사)
- 괴사된 조직 제거 수술 (괴사 범위가 클 경우 절단)
- 고압산소치료 (Hyperbaric oxygen therapy)
- 패혈증 예방 및 장기 기능 유지 치료
다행히 괴사 범위가 초기라 광범위한 수술까진 가지 않았지만, 회복에는 시간이 걸렸고 체력도 많이 소모됐습니다.
이런 사람은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가스괴저는 극히 드물지만, 아래 조건에 해당된다면 각별히 조심하셔야 합니다.
- 당뇨병 환자 (상처 회복이 느리고 면역력 낮음)
- 면역 억제 치료 중인 사람 (스테로이드 장기복용 등)
- 외상 후 오염된 환경에 노출된 경우
- 장 수술, 괄약근 부위 수술 후 감염
- 오랫동안 고여 있는 수술 상처나 농양이 있는 경우
작은 찰과상이라도 흙이나 오염된 물질에 노출됐다면, 반드시 깨끗이 소독하고 상처를 자주 확인해야 해요. 제 경우처럼 무심코 넘겼다가 큰일 날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예방 방법
가스괴저는 예방이 가능합니다.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정리해볼게요.
- 상처는 무조건 소독, 가능한 빠르게!
상처 부위는 흐르는 물로 씻고, 소독약을 반드시 사용하세요. 오염된 흙, 나무, 녹슨 금속 등에 다쳤다면 병원 내원이 우선입니다. - 당뇨나 기저질환이 있다면 상처를 방치하지 말 것
당뇨 환자는 상처 회복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가벼운 상처도 피부과나 외과에서 한 번 봐주는 게 좋아요. - 야외활동 시 긴 옷 착용, 응급약품 지참
등산, 자전거, 캠핑 시 피부를 보호할 수 있는 복장을 하고, 작은 소독 키트를 휴대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 상처 부위에서 열감·부종·이상한 냄새가 나면 바로 병원으로!
단순한 멍이 아니라고 느껴진다면 지체하지 말고 응급실로 향해야 합니다.
마무리하며
가스괴저는 ‘절대 나와는 상관없는 병’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작은 상처 하나에서 출발해 단 하루 만에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무서운 질병입니다.
특히 여름철, 상처가 덧나기 쉬운 계절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제가 겪었던 그 며칠은 정말 악몽이었고, 지금도 상처 부위의 흉터를 볼 때마다 그때를 떠올리곤 해요. 그만큼 상처 관리 하나가 정말 중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혹시 지금 몸 어딘가 불편한 상처가 있다면, 오늘이 지나기 전에 꼭 확인해보세요. 여러분의 건강은 생각보다 작은 습관에서 지켜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