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 / 2025. 7. 21. 11:34

갑자기 정신이 흐려진 가족, 알고 보니 간성혼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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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멍해져. 말도 어눌해지고, 잠만 자려고 해.”
아버지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처음엔 그냥 피곤하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며칠 지나면서 이상한 점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어요.
대답이 느리고 횡설수설, 방 안에 요상한 냄새, 얼굴은 멍한데 손은 자꾸 떨고, 결국 어느 날 정신을 완전히 놓은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응급실에서 들은 진단은 “간성혼수”. 그때 처음 들었던 이 단어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그날 이후, 간이라는 장기를 더는 가볍게 여기지 않게 됐어요.

갑자기 정신이 흐려진 가족, 알고 보니 간성혼수였습니다
갑자기 정신이 흐려진 가족, 알고 보니 간성혼수였습니다


간성혼수란? 간이 해독을 못 하면 뇌가 위험해집니다

간성혼수는 간 기능이 심하게 저하되어, 독소가 뇌로 영향을 미치면서 의식장애가 생기는 상태입니다.
간은 원래 몸속 노폐물과 독소, 특히 암모니아를 해독하는 역할을 해요.
그런데 간경변증이나 심각한 간질환이 있는 경우 이 기능이 망가지면, 암모니아가 혈액을 타고 뇌에 작용하게 되죠.

쉽게 말해, 몸 안의 독이 뇌까지 올라가서 정신이 흐려지고, 결국 혼수상태까지 빠질 수 있는 상태예요.
간성혼수는 단계적으로 나타나며, 초기에는 알아채기 어려운 증상들이 많기 때문에 조기 인지가 정말 중요합니다.


이런 증상 보이면, 간성혼수 의심해봐야 합니다

저희 아버지의 경우도 증상이 점점 서서히 진행됐기 때문에, 처음엔 절대 간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아래는 제가 직접 겪은 증상 변화 과정입니다.

1단계: 혼란스러움

  • 말이 느려지거나 단어가 어눌해짐
  • 사람이나 날짜, 장소를 헷갈림
  • 집중력 저하, 대화가 끊김

2단계: 이상한 행동

  • 이유 없이 짜증, 화냄
  •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횡설수설
  • 글씨체가 갑자기 이상해짐

3단계: 이상한 냄새와 손 떨림

  • 입에서 단내, 간성 냄새(달걀 썩은 듯한 비릿함)
  • 손을 들면 파르르 떨리는 ‘flapping tremor’ 현상

4단계: 반응 없음, 혼수 상태

  • 깨워도 반응이 느리고 의식이 흐림
  • 심한 경우 코마 상태로 진행

이 중 하나라도 의심된다면 절대 넘기면 안 됩니다.
특히 간경변증 진단을 받은 상태에서 이런 변화가 보인다면 응급상황일 수 있어요.


간성혼수가 생기는 원인, 그냥 ‘운이 나쁜 것’이 아닙니다

의외로 간성혼수는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라, 잘못된 생활습관이나 간 기능 저하가 누적된 결과로 나타납니다.
가장 흔한 유발 원인을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1. 단백질 과다 섭취
    • 특히 고기, 보양식, 단백질 보충제
    • 간이 해독을 못 하면서 암모니아가 과다 축적됨
  2. 변비
    • 장에서 만들어진 독소가 오랫동안 흡수되면서 뇌로 영향
  3. 이뇨제 과다 복용
    • 복수나 부종 치료 위해 이뇨제를 썼지만 전해질 불균형 유발
  4. 출혈
    • 특히 위장 출혈이 있는 경우 암모니아 증가
  5. 감염
    • 체내 염증이 간에 부담을 줘 상태 악화
  6. 과로, 스트레스, 수면 부족
    • 간성혼수는 신체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할 때 생깁니다

저희 집의 경우, 아버지가 단백질 보충제를 섭취하면서 고기 섭취도 늘었고, 동시에 배변 문제를 방치했던 것이 겹쳤습니다.
결국 이 모든 게 간에 부담이 됐고, 조용히 상태를 악화시켰던 거죠.


응급상황일 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간성혼수는 골든타임이 매우 중요합니다. 다음과 같은 행동을 꼭 기억해 두세요.

✅ 1. 당장 병원으로

의식이 혼미하거나 이상행동을 보인다면 119 또는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즉시 이동해야 합니다.

✅ 2. 말을 잃어도 체온 유지

의식이 흐린 상태에서는 체온이 떨어지기 쉬우니 담요나 패딩 등으로 체온 유지

✅ 3. 물이나 음식 주지 않기

의식이 떨어졌을 경우에는 음식이나 물을 억지로 먹이지 말고, 기도 막힘 주의

✅ 4. 복용 중인 약 정보 지참

현재 복용 중인 약, 진단받은 간 질환 내역, 최근 복용한 건강식품 등을 정리해서 병원에 전달

저희도 처음엔 ‘왜 이렇게 잠만 자려고 하지?’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날 저녁 완전히 의식이 없어지면서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다행히 빠르게 병원에 도착해서 혈액암모니아 수치를 낮추는 약물과 관장을 받고 회복할 수 있었어요.


간성혼수, 치료보다 예방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한 번 간성혼수가 왔다는 건, 간이 한계까지 왔다는 신호예요.
그래서 이후부터는 정말 생활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은 병원에서 직접 받은 생활 관리 지침입니다:

  1. 단백질 조절
    • 식물성 단백질 위주(두부, 콩)
    • 고기는 하루 50~60g 이하, 절대 과식 금지
  2. 변비 예방
    • 충분한 수분 섭취
    • 병원에서 처방한 락툴로오스(Lactulose) 복용
  3. 절대 금주
    • 술은 간 해독 능력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주범
  4. 수면과 휴식
    • 무리한 활동 금지, 하루 7시간 이상 수면 확보
  5. 6개월마다 간 기능 및 암모니아 수치 체크
  6. 감염 예방
    • 손 자주 씻고, 무리한 외출 자제
    • 독감, 폐렴 예방접종 권장

이렇게 관리한 이후로는, 저희 아버지도 다시는 간성혼수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생활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다시 그 상황을 겪는 것보단 훨씬 낫습니다.


조용히 다가오는 간성혼수, ‘모를 수도 있는’ 위험이 더 큽니다

간성혼수는 한 번 오고 마는 병이 아니라, 반복될 수 있는 위기입니다.
무섭게도, 많은 환자들이 초기 증상을 인지 못하거나, 가볍게 넘기고 나중에 심각한 상태로 병원에 실려옵니다.

정신이 이상해진다든가, 말이 어눌해진다든가, 단순 피곤이라고 넘길 수도 있지만
만약 간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에게 그런 변화가 보인다면, 절대로 방심하지 마세요.

그게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몸이 SOS를 보내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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